엘지노 프로젝트
냉정과 열정사이 Blu 본문
냉정과 열정사이 Blu
-츠지 히토나리
쥰세이는 20살에 만났던 아오이를 잊지 못하고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. 20살에 10년 뒤 피렌체에 두오모의 쿠폴라(꼭대기)에서 만나자고 한 약속만을 붙잡고 살아간다. 쥰세이는 피렌체에서 미술품을 복원하는 일을 한다. 아오이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살아가는 것이 직업에도 영향을 미친 것일까? 복원사를 '잃어버린 시간을 돌이키는 세계에서 유일한 직업'이라고 생각하는 게 인상깊었다. 쥰세이는 피렌체에서 메미라는 이름을 가진 이탈리아, 일본 혼혈의 연하와 사귄다. 하지만 쥰세이는 메미를 만나면서도 한 순간도 아오이를 잊어본 적이 없다. 나는 메미가 불쌍했다. 사람에게 솔직하게 대하지 않는 것은 그 사람에게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. 특히 가까운 사람일 수록. 메미를 보며 내 기억, 추억이랑 비교하게 되었다. 상대방에게 내 모습 전부를 보여준다는 것, 솔직하다는 것만큼 상대방에게 큰 찬사는 없을 것이다. 마지막에 쥰세이와 아오이가 만나는 장면은 의외였다. 아오이는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. 이 대목을 보니 '냉정과 열정사이 Lusso'도 읽고 싶어졌다. 만난지 사흘 후에 아오이가 다시 밀라노로 돌아갔을때 쥰세이가 따라 밀라노로 가는 기차표를 샀을 땐 쾌감이 느껴졌다. '과거도 미래도 현재를 이길 수 없다.'라는 구절이 인상깊었다. 이 책은 사실상 이 부분을 위해 있던 거 같았다. 계속 과거의 아오이와의 추억만을 회상하며 살고, 2000년에 만나기로 한 미래의 약속만을 기다리며 살던 아오이가 이제 직접 행동하며 현재를 개척하기로 결정한 것이다. 사실 난 책을 읽으면서 쥰세이가 너무 지나치게 과거의 사로잡혀 있는 거 같아 답답했었다. 아오이가 그렇게 좋으면 지금 당장 조금이라도 아오이에게 다가갈 수 있는 행동을 취하지. 마지막에 능동적으로 행동을 취하는 부분이 좋았다.
밤을 새면서 읽어서 그런지, 아니면 피렌체라는 배경이 상상이 잘 안가서인지 책이 그렇게 잘 읽힌 편은 아니였다. 그렇다고 쥰세이에 몰입이 되거나 하지도 않았다. 오히려 나는 메미의 감정에 몰입이 되었다. 얼마나 가슴 아플지, 절박할지 생각하니 너무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다.
하지만 냉정과 열정사이 Lusso까지는 읽어 보고 싶다.